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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2-13 16:21
'대선 후보를 사수하라' 경호의 비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314  




'대선 후보를 사수하라 '경호의 비밀

황소도 잡을 근력과 불타는 충성심-람보식 경호×
투철한 직업의식에 지략 겸비-맥가이버식 경호○
"후보의 면면·배경엔 관심없다, 우리는 그저 지킬 뿐"
지나친 충성심은 경호활동 오히려 방해
10·26사태 제 몸 먼저 챙긴 차지철이 좋은 예
가변적인 상황 예상 필수…숨가쁜 이미지 트레이닝
'군중 속에 섞인 후보' 대통령·연예인 경호보다 긴장

대통령 선거일이 2주가 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눈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떠나 대통령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에게 큰 관심사입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를 쥐락펴락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 투표는 앞으로 5년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순간의 감정으로 깊은 생각없이 도장을 찍었다가는 5년을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뒤돌아서서 "누구누구를 선택한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거나 "영도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고픈 심정"이라고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겁니다.

대선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가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선거가 무사히 끝날 때까지 철저하게 보호돼야 합니다. 행여 누구 한 사람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그건 개인뿐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불행입니다. 투표일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은 불의의 사고로 후보자가 중도에 낙마한다해도 교체가 불가능합니다.

유력 후보자의 신상에 이상이 생기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대선판도는 한순간에 엉망이 되고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각 후보진영은 물론이고 경찰에서도 후보자 보호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이재민 기자 eif2002@kookje.co.kr

지난 3일 의정부에서 이명박 후보가, 지난달 13일 대구에서 이회창 후보가 날계란을 맞은 것을 기억하십니까. 이번 대선과 관계가 없지만 지난해 5월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 도중 서울 신촌에서 누군가가 휘두른 면도칼에 얼굴을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더 멀리는 현직에서 물러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9년 김포국제공항에서 페인트가 든 계란에 봉변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이런 테러행위는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디 사회가 그렇습니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복잡다단한 사회다보니 특정인에 대한 위해행위의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요인경호의 최고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청와대 경호원 출신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경호의 원리와 원칙. 한 번 들어보시지요. 그동안 알기 힘들었던 경호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요인 경호의 첫번째 원칙은 정확한 상황판단과 그에 대한 대처능력이다. 모 대선후보의 유세장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경호원들.
경호원 하면 뭐가 상상되는지.

건장한 체구에 우락부락한 인상.

검은 양복에 검은 안경.

굳은살이 박힌 정권.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듯한 날카로운 눈빛.

물불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충성심.

거기에다 귀 뒤로 꽂은 이어폰까지 얼핏 보인다면 영락없는 경호원의 전형.

모름지기 타인의 신상을 보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근데 청와대 경호실 출신들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경호원들의 이런 틀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더 나아가 "이런 아마추어들은 대선 후보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머리가 나쁘면 경호를 하지 못한다

경북 경산시 대경대 경호행정학부 장기붕(54) 교수. 21년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한 전문가다. 경호실 근무 중 대부분을 대통령 수행경호원으로 일했다. 수행경호란 말 그대로 근접경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호를 담당하는 보직. 장 교수는 지난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 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폭탄 파편이 그의 몸을 수없이 때렸음에도 방탄복 때문에 무사했다.

동서대 경호학과 김원기(53) 교수. 역시 21년간 청와대 경호실 수행과장과 경호계획과장, 검측부장을 지낸 관록의 경호원이다. 미국 미시건주립대학에서 객원교수를 지낼만큼 경호이론에도 밝다.

우선 장 교수가 주장하는 경호원칙의 첫 번째 요소는 '과학적인 두뇌작용'이다. 장 교수는 경호원은 상황을 계속 연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세 도중 후보자가 군중들에게 밀려 나간다면 이는 인파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지자가 꽃다발을 가져온다면 그 속에 위험물이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수년 전 인도의 한 주지사 선거에서는 유력 후보자가 꽃다발에 든 폭탄이 터져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일이 있다.


경호전문가들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정치인 테러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해 5월 피습 모습.
김 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대선 후보 경호는 당사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이회창 후보의 경우 왜 지금 출마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해하느냐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때문에 과거 자신의 텃밭이었던 곳에서 오히려 위해요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이 후보에 대한 대구 날계란 투척사건은 과거 대선 때 그를 지지한 사람에 의해 일어난 것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난 1999년 계란 테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김 전 대통령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원성을 많이 들었다. 김 전대통령에 대한 가해자 역시 과거 그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경호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 정황을 미리 예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무술 잘하고 힘 깨나 쓴다고 그를 근접 경호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이 두 교수의 분석이다. 심지어 "경호원의 머리가 나쁘면 모두가 죽는다"고 단언한다.

충성심과 경호와는 별개

경호원이 가져야 할 최고의 요소는 무엇일까.대다수의 사람들은 경호대상자에 대한 충성심을 거론한다. 그러나 경호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고개를 젓는다. 충성심은 오히려 경호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경호의 본질은 고도의 직업의식"이라며 "경호원은 경호 대상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맡은 임무만을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북한의 고위인사가 남한에 오면 당연히 우리 측에서도 경호를 한다. 쉽게 말해 누가 북측 고위인사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면 남측 경호원이 대신 몸으로 막고 그를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임무에 성공한 것이 된다. 이건 부단한 훈련에서 체득된 반사작용과 직업적인 사생관에서 나오는 것이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엎드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소리나는 쪽을 향해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야 하는 것이 경호원의 역할이다. 이러이러한 상황이 일어났구나 라고 인지했다면 이미 상황은 끝난 터다.

경호전문가들은 10·26 사태 때 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 씨를 좋은 예로 든다.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총을 겨눴을 때 차 실장은 이미 쓰러져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화장실로 피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차 실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경호전문가들은 그가 전문적으로 경호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보통사람은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당연히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대선 후보들은 자신에 대한 호감이나 충성심보다는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사람을 경호원으로 뽑아야 한다고 경호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맹목적인 충성심이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그럼 왜 과거 권위주의 대통령들은 경호책임자로 자신의 최측근을 임명했을까. 최규하 전 대통령에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다섯명의 국가원수를 모셔본 두 교수는 몇몇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그 자리에 올랐던만큼 항상 그런 위험이 자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무거운 짐이라도 들어주면 안된다

대선 경호는 대통령 경호에 비해 더 어려움이 많다. 대통령이야 사전에 정해진 동선에 따라 적절한 경호를 하면 된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은 유권자들과의 직접 접촉이 곧 표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군중과 가까이 하려 한다.

대선후보자들이 유세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은 대중과의 악수. 손을 직접 잡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선거운동은 없다. 그러나 대중과의 악수는 대선 후보 경호원들의 처지에서는 가장 아찔한 순간이다. 경호대상자와 군중 간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둬야 하는 '촉수거리 유지의 원칙'이 지켜지기 힘든 까닭이다. 촉수거리란 테러범이 칼이나 총 등으로 위해를 가해올 때 이를 막을만한 거리나 공간을 말한다. 대선후보자와 군중이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으면 어떤 행위가 가해질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경호의 세계에서는 '촉수거리가 무너지면 곧 죽음'이라는 금언이 있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군중들과 악수를 할 때 무작정 막을 수는 없지만 경호원이 판단하기에 이상이 느껴지면 과감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경호의 원칙이다.

또 경호원들은 대선 후보가 군중과 접촉하는 동안 고도의 경계력을 유지해야 한다. 만일 박수를 치는 등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동작을 취한다면 무조건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세 도중 후보자가 좀 무거운 짐을 갖게 될 경우가 있더라도 절대 들어줘서는 안된다. 그것을 도와주느라 경계를 푸는 순간이 곧 취약시간이다. 위해분자가 아마추어가 아니라 전문가라면 반드시 그런 틈을 노리게 마련이다.

대선 후보들이 각종 위해행위에 취약한 것은 표를 의식, 지나치게 대중 접촉을 하려는데서 비롯되지만 경호에 대한 안일한 인식도 한 원인이다. 경호원들을 비서진의 한 일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호전문가들은 경호원과 비서는 양립할 수 없으며 좋은 경호를 받고 싶으면 엄격하게 훈련된 좋은 경호원을 쓰라고 제안하다. 동시에 큰 일이 아니라면 경호업무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라고 덧붙인다.

대선후보에 대한 테러는 작지만 치명적

오는 12월 19일 치러질 대선 출마자는 모두 11명. 그 가운데는 유력후보와 군소후보가 있어 위해행위의 가능성이 똑같지는 않다. 게다가 총기사용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적성국가의 직접 개입이 아니라면 총기를 이용한 저격은 일어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경호전문가들이 볼 때 만약 대선 후보에 대한 위해행위가 일어난다면 지난해 있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테러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면도칼 등을 사용한다면 가해자는 일단 살해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며 경량처벌을 받을 확률이 높다. 또 대공용의점이 없는 단순한 불만 표출로 간주돼 큰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얼굴에 상처를 입어 언어기능에 장애를 받는다든지 큰 흉터가 남는다면 정치인인 당사자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계란 투척 등은 피해당사자에 상처를 남기지는 않지만 이미지 추락을 가져온다.

이에 대해 경호전문가들은 경호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경호원이 설사 대선 후보와 군중 간의 접촉을 다소 제한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봐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막으려면 정보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정보 공유가 뒤따라야 한다. 대선 후보가 유세를 할 특정지역에 위해요소가 있다면 경찰 등 정부기관이 여야나 지지율 여부를 떠나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유권자들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겪어서인지 경호원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근접경호원은 후보 개인으로 봐야 하며 자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 후보가 어떤 위해를 당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제안한다.



■ 경호무술의 특징

- 정당방위·후보 이미지 추락 우려

- 선제 공격과 반격은 절대 금물

- "경호원 먼저 다쳐야 문제 안생겨"

경호에는 정확한 상황판단과 반복적인 훈련에서 비롯된 돌발사태 대처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상대 제압을 위해 어느 정도의 무력이 필요한만큼 무술도 빼 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경호에는 비무장 경호술이 동원된다. 이른바 경호무술이다. 여기에는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경호 대상자를 감싸는 방호술, 위해분자를 무력화시키는 제압술과 체포술,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술 등이 있다.

경호무술은 경호 대상자 보호를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상대를 제압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일반 무술과 차이점이 있다. 예컨대 위해분자가 칼을 휘두를 경우 상대의 어깨쭉지를 쳐 방향만을 틀어도 경호는 일단 성공이다. 그 사이 후보는 대피하고 나머지 경호원들은 테러범 제압 및 공범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무술처럼 공격을 막은 뒤 반격해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는 식의 대응을 해서는 안된다. 가해자가 단순한 불만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었을 경우 나중에 정당방위 구성 요건을 두고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발생한 뒤 위해분자에게 지나친 폭력을 가하는 것 역시 위법이다. 칼로 공격하는 위해분자를 총으로 막다보면 나중에 필연적으로 말썽이 일어난다.

경호원들은 이에 대해 "내가 먼저 죽거나 다쳐야 문제가 안생긴다"는 다소 자조적인 말을 한다. 이른바 비례의 원칙이다. 여기에 '0.3초의 싸움'이란 일컫는 경호의 어려움이 있다. 경호는 발생순간 대처해야 한다. 군중 속 어떤 사람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해서 먼저 공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